4. 방사선 과 인간
4.1 자연방사선 과 생물의 공존
지구를 구성하고 있는 원소에도 원래 많은 종류의 방사성동위원소가 있었는데 이들은 알파선, 베타선, 감마선 등을 내면서 점차 다른 안정된 원소로 변환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이렇듯 지구에는 처음부터 방사성원소가 있어서 계속 방사선을 내 왔다. 지구의 나이는 약 45억 년이지만 아직도 방사성변환반감기가 긴 방사성동위원소가 많이 남아 있어서 방사선을 계속 내고 있다. 이러한 방사선을 자연방사선이라고 한다.
또한 지구에서는 우주로부터 오는 방사선(우주선)도 받는다. 따라서 인간을 포함한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오랜 옛날부터 계속 방사선을 받으면서 살아왔다. 앞으로도 이러한 상황은 바뀌지 않을 것이며 계속 생물은 방사선과 함께 공존해 갈 것이다.
우리는 인공방사선도 나오게 하여 이용한다. 대표적인 것은 의료용 X선이다. 또한 가속기, 원자로 등에서 만들어진 수백 종의 인공 방사성물질을 우리는 의료, 산업, 과학기술 연구개발 등에 널리 이용하고 있다.
4.2 대기권 밖으로부터 오는 방사선
자연방사선 중에는 우주로부터 오는 우주선도 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렇다면 우주선은 어디에서부터 오는 것일까? 일부는 태양으로부터 오지만 다른 부분은 태양 밖의 우주의 모든 방향에서 온다. 지구 밖으로부터 지구로 들어오는 우주선을 1차 우주선이라고 한다. 1차 우주선이 지구대기권의 질소, 산소 등 원자와 부딪쳐 2차 우주선을 생기게 한다. 지구대기권 때문에 우리가 받는 우주선의 대부분은 2차 우주선이다. 1차 우주선은 높은 에너지의 양성자가 주성분이고(90 %) 나머지는 알파선, 베타선, X선 등이다. 2차 우주선은 중성자나 감마선 등이다.
높은 곳에 올라가면 우주선을 막아주는 대기층이 엷어져서 우주선을 더 많이 받게 된다. 예를 들어 한라산 꼭대기의 우주선은 평지의 약 2 배에 이른다.
또한 남미에 있는 해발 4천 미터인 안데스 산맥의 산자락에 사는 주민이나 높은 하늘을 날아가는 제트기 승객은 우주선을 더 많이 받는다. 예를 들어 서울-뉴욕을 제트기로 왕복할 경우 평지에 있는 사람보다 0.1 밀리시버트(mSv) 정도 더 받는다. 1 년간 우주선을 받는 양은 평균 0.35 mSv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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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0. 고도(高度)에 따른 우주선량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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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대지로부터 오는 방사선
대지에 들어있는 천연 또는 자연 방사성원소들은 대부분 우라늄, 토륨, 악티늄 등 3 대 자연방사성 연쇄변환(붕괴)계열①에 속해 있으며, 이들 계열에 속해 있는 원소는 연속 변환하면서 방사선을 낸다. 또한 자연방사성계열에 속하지 않는 칼륨-40 동위원소도 감마선을 낸다.
1) 방사성원소가 차례차례 다음원소로 변해가는 것을 방사성 연쇄 변환계열(또는 방사성 연 쇄 붕괴계열)이라 한다.
지각(地殼)(특히, 화강암)에 많이 포함되어있는 토륨-232(
Th)를 어미핵종으로 하는 토륨 방사성붕괴계열[
Th가 안정한 납-208(
Pb)로 되는 붕괴계열]과 우라늄-238(
U)을 어미핵종으로 하는 우라늄 방사성붕괴계열[
U가 안정한 납-206(
Pb)으로 되는 붕괴계열]을 그림으로 나타내었다. 이들의 딸핵종들까지 포함하는 긴 방사성 붕괴계열에서 여러 에너지가 다른 알파선, 베타선, 감마선이 나온다. 방사성변환에서 알파선이나 베타선만이 방출된 상태에서 딸핵종이 안정하게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며 대부분의 경우 들뜬 상태의 에너지를 감마선 형태로 방출하고 안정한 원자가 된다.
천연 방사성계열에는 또한 우라늄-235(
U)가 안정한 납-207(
Pb)로 되는 천연 방사성 붕괴계열인 악티늄계열도 있다. 천연 우라늄에는 우라늄-235가 매우 적은 양(약 0.7 %)으로 들어있다.
칼륨(K)은 지각에 비교적 많이 분포되어 있는 원소 중 한 가지이며 방사선을 내지 않고 안정한 칼륨-39(
K)가 대부분이지만 방사성 칼륨인 칼륨-40(
K)이 약 0.012 % 들어있다. 칼륨도 표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화강암에 특히 많이 들어있다. 칼륨-40은 그림 20에 나타낸 바와 같이 방사선을 내며 다른 원소로 변환한다. 즉, 베타선(최대에너지 1.31 MeV)과 감마선(최대에너지 1.46 MeV) 및 전자포획①에 따라 생기는 아르곤-40(
Ar)의 특성 엑스선 등 여러 방사선이 나온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지는 이처럼 여러 가지 방사성원소들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필연적으로 지각(대지)으로부터 방사선을 받는다. 우리가 받는 자연방사선 중 대표적인 것은 감마선이며 그 세기는 어느 장소의 흙이나 암석 등의 성분에 따라 다르다.
우라늄 광석이 있는 미국의 덴버에서는 연간 2 mSv, 중국 광동성의 어느 지역에서는 연간 3 mSv 등 일반지역의 평균 자연방사선량(외부피폭)보다 10 배 이상 되는 곳도 있다. 이러한 지역에서 사는 사람들의 방사선 영향을 조사해 보았으나 지금까지 특별한 변화를 발견하지 못하였다.
라듐이 포함된 온천물에는 보통 물보다 라돈이 많이 포함되어있지만 역시 특별히 나쁜 영향이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는다. 우리는 이러한 방사성물질에서 나오는 방사선을 "나비"를 사용하여 측정해 볼 수 있다.
1) 전자포획이란 핵 안에 있는 양성자가 전자궤도를 돌고 있는 전자를 붙잡아 양성자를 중성자로 만드는 방사성변환의 한 가지이다. 전자포획이 일어나면 원자번호가 1 개 적은 원소로 된다. K전자를 붙잡아 들이는 과정을 특히 K전자포획이라고 한다. 이 경우 K전자궤도에 빈 자리가 생겨 L궤도전자 1 개가 K궤도로 내려오며 특성엑스선을 낸다. 이 특성엑스선은 감마선처럼 “나비”에 의해 측정될 수 있어서 화강암이 많은 지역에서는 일반 지역보다 자연방사선 측정값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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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1. 우라늄-238 천연 방사성 붕괴계열.
(알파붕괴하면 원자번호와 원자질량이 각각 2만큼 줄고 베타(-)붕괴하면 원자번호가 1만큼 늘어남으로 원소 주기율표 상의 위치를 고려하여 알파붕괴 생성핵은 왼편 아래쪽으로 비스듬히, 베타(-)붕괴 생성핵은 오른쪽으로 평행하게(질량은 변치 않았음으로) 나타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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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2. 칼륨-40의 방사성붕괴(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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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2. 방사선 관련 단위
암석 중 방사성 원소 및 그 방사능 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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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흙 ~ 암석 |
화강암 |
칼륨-40 (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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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00(Bq/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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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1600(Bq/kg) |
우라늄-238 ( 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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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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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 |
토륨-232 ( 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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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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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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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3. 1년간에 받는 자연방사선량; 2.4 mSv(세계평균 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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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우리 몸 안의 방사선
사람 몸 안에는 누구나 몇 종류의 자연방사성 물질을 가지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은 방사성물질인 칼륨-40이다. 칼륨은 알칼리금속 원소이며 자연계에 많이 있다. 칼륨 중 약 0.012 %가 방사성칼륨(K-40)이며 그 방사성변환 반감기는 12.8억 년이다. 반감기가 이처럼 길기 때문에 우라늄이나 토륨처럼 지금까지 지구상에 남아있으면서 베타선과 감마선을 낸다. 사람은 음식물을 섭취하면서 성장하기 때문에 사람 몸에 있는 칼륨도 음식물을 통해 들어온 것이다.
우리 자신들의 몸 안에 있는 방사성 물질(주로 음식물을 통해 몸 안에 들어온 것)로부터 연간 받는 방사선량은 약 0.35 mSv이다. 사람 몸에서 나오는 방사선은 너무 약하기 때문에 자연방사선 측정기인“나비”를 이용해 측정하기는 어렵다.
이처럼 대지, 우주, 음식물 등으로부터 받는 자연방사선량의 합계는 연간 0.8~1.25 mSv에 달한다. 그 밖에도 공기 중에 있는 라돈 가스(알파 방사선 방출)를 사람이 흡입함으로서 받는 방사선량은 연간 약 1.3 mSv이다.
따라서 사람은 연간 평균 2.4 mSv의 자연방사선을 받으면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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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4. 체내 및 음식물 중의 자연방사성 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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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공기 중의 자연방사성 물질 “라돈”
•흙, 암석, 시멘트, 석고 등 건축 재료에는 적은 양이지만 우라늄이나 토륨이 들어 있는데 우라늄-238이나 토륨-232는 스스로 방사성변환(또는 붕괴)하여 알파선을 내며 각각 라듐-226과 라듐-224로 된다. 이들 라듐은 재차 알파선을 내며 방사성 변환하여 라돈(radon)이나 토론(thoron, 또는 라듐-220)이 된다. 라돈이나 토론도 알파선을 내며 방사성 변환하여 폴로늄(Po)이 되며 재차 붕괴하여 최종적으로 안정한 납(Pb)으로 된다. 즉, 우라늄은 라듐 ? 라돈 ? 폴로늄 ? 납 등으로 차례차례 방사성 붕괴(계열 붕괴)한다.
대부분의 방사성 변환에서 알파선이나 베타선을 방출하는 것만으로는 안정한 상태로 되지 못하므로 감마선도 방출한다. 라듐에는 라듐-226 이외에 토륨-232 방사성붕괴계열에서 생성되는 라듐-228이 있으며 이것이 베타선과 감마선을 낸다. 따라서 방사성 라듐에서는 알파, 베타, 감마선 등 여러 종류의 방사선이 모두 나온다. 라돈, 토론 등은 기체여서 흙, 암석 또는 건축 재료에서 나와 공기와 섞인다. 라돈, 토론은 비교적 방사성변환 반감기가 짧아 재차 방사성변환해서 각각 방사성 폴로늄과 방사성 비스무스가 되며 일부는 공기 중의 먼지(분진)에 달라붙는다.
• 이러한 경로로 생겨 공기 중에 떠다니는 라돈, 토론이나 그 방사성붕괴로 생긴 방사성원소들은 호흡에 따라 분진과 함께 폐에 들어오며 토론의 대부분은 공기와 함께 다시 몸 밖으로 나오지만 폴로늄이나 비스무스는 폐에 달라붙어 거기서 방사선을 내므로 내부피폭(몸 안에 있는 방사성물질에서 나오는 방사선을 자신이 받음)을 일으킨다. 이러한 라돈, 토론에 의한 내부피폭선량은 세계평균 자연방사선 피폭량의 약 1/2에 달한다. 우라늄은 라듐→ 라돈 → 폴로늄 → 납 등으로 차례차례 방사성 붕괴(계열붕괴)를 한다.
•대기 중의 라돈농도는 대지로부터의 방출률, 기상조건, 지리적 조건, 높이 등에 따라 다르며, 대기가 비교적 안정한 새벽에 가장 높고 대기가 비교적 불안정한 오후에 가장 낮다. 계절에 따라서도 변하는데 일반적으로 가을부터 초겨울까지 지표에서의 라돈농도가 가장 높고 봄에는 가장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실내 공기 중의 라돈 농도는 콘크리트 집이나 석조가옥에서 높으며 목조가옥에서는 낮다. 우리나라에는 아파트 등 콘크리트 건물이 많아 골재에 들어있는 우라늄이나 토륨 등에서 라돈이 발생하여 실내 환기상태가 나쁠 경우 방안의 라돈 농도가 높아질 수 있다. 또한 환기상태가 좋지 못한 지하상가나 지하철역 안의 라돈농도가 높을 수 있다.
라돈은 물에 대한 용해도가 커서 샘물, 온천, 지하수 등에 잘 녹는다. 라돈온천에서는 라듐광석을 온천물에 넣어서 라돈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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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5. 라듐-226으로부터 라돈-222, 폴로늄-218로의 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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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자연방사선으로부터 받는 전체 방사선량우주선이나 대지로부터 오는 방사선 즉, 몸 밖에서 오는 방사선을 우리 몸이 받는 것을 “외부 방사선피폭”이라고 한다. 한편, 공기를 들여 마시거나 음식을 먹는 등으로 우리 몸 안에 들어온 방사성물질로부터 나온 방사선을 우리 몸이 받게 되는데 이를 “내부 방사선피폭”이라고 한다.
사람 1 인당 외부 방사선 피폭량은 연간 세계평균 0.75 mSv, 내부 방사선 피폭량은 연간 세계평균 1.65 mSv 등 합계 2.4 mSv의 자연방사선을 모두 받으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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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6. 방사선의 인체 내부 방사선 피폭량과 외부 방사선 피폭량.(세계평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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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도에 한국원자력 안전기술원에서 우리나라의 전국 608 개 지점에 대해 휴대용 방사선량률측정기로 공간 감마선량률을 측정한 결과 최소 0.20 mSv/y(제주도 북제주군 한림읍 재능초등학교)에서 최대 4.85 mSv/y(충북 중원군 주덕면 성지사)까지의 자연방사선량의 준위분포를 나타내었다. 즉, 최대지점의 연간 방사선량은 최소지점의 그것에 비해 무려 24 배 정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비록 두 지점간의 차이는 크지만 최대지점(충북 성지사 근처)의 연간 자연방사선량은 인도 켈라라 지방의 연간 자연방사선량 28 mSv의 약 1/6에 불과하다.